괴담

[괴담] 그림자를 사람처럼 대하지 말라. ssul

오링어 2021. 10. 21. 12:48
SMALL


우리 동네엔 꽤나 예전부터 있었던 이야기.





정확히는 자기 그림자를 진짜 사람처럼 대하지 말라.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우리 동네는 그랬다.





아이들이 돌을 던져 창문을 깨어도.





동네 바보로 유명한 길수를 여럿이서 놀려도.





장난치다가 자잘한 사고 몇번 일으켰어도.





그저 [이놈들!] 하고 말던 어른들은 그것에 유독 민감했다.





어느정도냐면 걸렸다간 각자 집의 부모님께 엄청 혼났다는 거?





물론 몇몇 아이들은 그래도 기어이 몰래몰래 했다만.





도무지 왜 안 되는지 이해도 안 가고 누구 하나 이야기 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반발심도 좀 생겼지만 그냥 네 하고 말았었지.





굳이 혼나가며 할만큼 끝내주게 재밌는 짓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몇살 때였나?





동네 바보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렸다.





그무렵 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 몇살로 꽤나 젊었던 나이.





들리던 말로는 갑작스레 정신이 돌아왔고..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면서 누가 채 말리기도 전에 뛰어내렸다고 한다.





장례를 치뤄줄 가족 하나 없었는지 동네 어른들이 대신 간소하게 장례를 치뤄주었고.





그 어린날 본 영정사진의 얼굴은 매번 보던 넋나간 얼굴이 아닌 꽤나 말끔한 어린 소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나이 서른





나는 그때 왜 어른들이 그 장난을 치지 말라고 했는지 물었고, 아버지는 담배 한대를 태우시며 한참을 뜸들이다가 내게 입을 여셨다.





"길수.. 지길수 걔가 처음부터 바보는 아니었어.."





아버지는 '그짓거리 하고나서부터 애가 다른 사람처럼 되더니 결국 그렇게 되었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재떨이에 담뱃불을 끄시고 그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





기억해보면 그 이후로도..





뭔가 다른 사람처럼 변한 아이들이나..





넋을 놓은 바보가 몇 더 생겼던 것 같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