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에게 공포를 줄 수 있는 장소에는 혼령들이 모여든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솔직히 저는 그런얘기 잘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지인이 겪은 이야기는 사실 좀 무섭기도 하네요.
몇해전 일입니다.
웹툰 시나리오작가였던 지인은 여름특집을 맞이하여 공포웹툰 시나리오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공포물을 싫어하던 지인은 하고싶지 않았는데,
다른 작가가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짧았고 웹툰의 작가도 시나리오 작가가 바뀌는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도 본인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나리오 작성을 해야했습니다.
평소에 그런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않았던 그분은 짧은시간 안에 스토리를 짜기 위해서 다수의 공포스토리를 섭렵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공포게시판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녀가 이런 공포물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집은 무속인 집안이었습니다.
물론 그녀가 귀신을 보는것은 아니었지만 몇가지 주의사항 정도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말하지 마라.-
-그것이 있는 곳에 가지마라.-
-그것을 무서워하지 마라.-
그녀가 무서운 얘기나 그러한 영화 따위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그녀 자신도 무속인인 어머니를 싫어했고 그런 얘기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으로는 캥기는게 있었기에 그녀의 어머니가 얘기했던 주의사항은 나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지요.
하지만 바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생각했기에 이번에는 좀 무시해도 기분이 좀 나쁠 뿐이지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며칠을 게시판을 돌아다니던 그분은 여러가지 공포글들을 읽었지만 딱히 맘에드는 글은 없었습니다.
사실 흥미가 있는 글은 좀 있었지만 무섭다할 글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웹툰으로 실으려면 훨씬 자극적이고 섬뜩해야 했기 때문에 지인은 더더욱 조바심을 내며 열심히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런 와중 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별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글에 호기심이 동한 것은 제목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주변에는 당신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이 있습니다.]
그 글을 읽자 갑자기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말씀하신, 그리고 무의식중에 자신이 그토록 지켜오던 어떤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 글을 읽자 그녀는 정말 주변에 무엇인가 있는것이 느껴졌습니다.
한여름이 가까워오던 그 이른 더움에도 그녀는 한기를 느꼈습니다.
지인은 이에 화들짝 놀라며 창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게시판 근처에도 갈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그녀는 그동안 읽은 글들만 가지고 시나리오를 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글은 제대로 써지지 않았고 그녀는 다시 게시판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공포게시판 탭으로 들어가자마자 또 다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합니다.
'이건 편견이다.' '이건 내 상상일 뿐이다.' 이렇게 몇번이나 되뇌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물론 누구나 겪는 일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간혹 무서운 글을 읽다보면 등골이 오싹한 일이 한두번 있지요.
그러다 실제로 공포를 느끼게 되면 한동안 그 오싹함이 한동안 이어집니다.
이에 대해서 제 지인인 그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건 당신의 공포의 냄새를 맡고 그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녀는 그것을 그때 느꼈다고 합니다.
그것들이 모여드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가 글을 읽고 글을 쓸 때, 그들은 천천히 모여들어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하소연을 하고요.
때문에 공포게시물을 읽거나 무서운 영화 따위를 보면 그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에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진짜 큰 문제는 바로 우리가 진짜 공포를 느낄 때 나타나지요.
그냥 공포게시물을 보고 피식 웃거나 잘 썻네 하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혹 조금 놀라거나 무서움을 느껴도요.
하지만 진정 이를 읽고 더 이상 뒤로 넘어갈 수 없을 정도라면... 읽지 않는게 좋습니다.
읽으면서 마른침을 삼키고 주변에 무슨 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본다면...
당신은 그 다음을 읽어서는 안됩니다.
당신의 공포심이 주변에 뿌려진다면 처음에 당신에게 이야기를 청하러 온 그들은 모조리 달아나버립니다.
왜냐하면 진짜 무서운것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영혼들 조차도 두려워하는 것들 말이지요.
이를 우리는 원혼이나 악령 따위로 부르곤 하지요.
그리고 진정 공포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 공포의 냄새를 맡고 그들이 오는 것입니다.
진정한 공포를 몰고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그 공포를 느낀 것입니다.
그녀가 글을 억지로 읽을 때 그녀는 느꼈습니다.
어머니의 신기가 그녀에게도 조금은 있던 것일까요?
억지로 심장을 죄어오는 공포를 참으며 스크롤을 내릴 때 그녀의 귀 한쪽으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그동안 이명증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간혹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무서운 상황이나 지역, 얘기를 듣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 마다 이러한 이명증이 조금씩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그 오싹한 웅성거림을 참고 그녀는 계속 글을 밑으로 내렸습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웅성거림이 더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웅성임이 소란스러움이 되었을 때...
-꺄야아아아악!-
하는 비명소리로 변해 흩어져 버렸습니다.
별것 아닌척 글을 읽던 그녀는 갑자기 들리는 낮은 비명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며 글에서 눈을 땟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앉은 자리 뒷편에 위치한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거실의 에어컨 때문에 방 문을 열어놓았는데 그 어두운 거실에 무엇인가 느껴졌습니다.
딱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느껴졌다.
농밀하게 꿈틀거리는 것 같은 마치 수백마리의 지렁이가 서로 얽히고 섥혀서 움직이는 것 같은 그로테스크함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문을 닫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문 근처로 다가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그저 가만히 서서 그 공포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했지요.
심장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그러자 그 어둠은 더더욱 빠르게 손을 뻗어왔습니다.
안개처럼 다가오는 검은 기운은 살며시 문 안으로 파고들어 마치 촉수처럼 뻗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어둠보다 더 어두운 흰 얼굴이 천천히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치 여자의 얼굴인 것 처럼 보이는 새하얀 가면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유기체인 것 처럼 입을 움직였습니다.
마치 거미, 혹은 느릿느릿 움직이는 물속의 검은 문어처럼 느릿하지만 먹이를 향해 가듯 기민하게...
그래, 마치 먹이를 노리는 것 처럼.
그것은 그렇게 탐욕스러운 입을 벌리며 그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수십년 된 백골처럼 하얀 얼굴 크게 벌어진 검은 입안에는 빛을 살라먹는 새카만 암흑이 검은 태양의 코로나처럼 세어나오고 다시 사라지고...
다시 눈구멍으로 검은 불길이 피어오르고...
어느새 촉수는 다섯갈래의 칼날처럼 갈라져 마치 짐승의 발처럼 바닥을 기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눈을 감고 숨을 멈췄습니다.
실제로도 숨이 멎을 것 같았고, 또한 앞을 계속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가옵니다.
계속 다가왔습니다.
보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어느세 그녀 바로 앞에서 멈춘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니! 마치 짐승이 먹이를 먹기 전 노려보듯 바로앞에 서서 더러운 숨을 몰아쉬듯...
아까의 검은 안개가 얼굴을 핥는 것 처럼 기분이 역겨웠다고 했습니다.
아니 실제로 핥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먹이를 음미하듯 말입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났다고 합니다.
-나쁜것들은 앞뒤 안보고 뎀빈다.
그것은 하늘의 법도를 아예 생각조차 안하기 때문이다.
근디, 그놈들은 사람이 무서버하는 것을 보고 뎀비는디 그럴때는 차라리 정신줄을 확 놔삐라.-
-뭐? 전에는 절대 그놈들 앞에서 정신을 잃어서는 안된다며?-
-그거는, 그놈들이 한이 좀 남아서 휘휘 돌아다니는 놈들이니까 그렇지만... 원한을 가진 놈들은 지들 한 때문에 지 눈깔 뽑고 혓바닥을 뽑아서 구천에서 영원히 돌아댕기는 넘인기라.
그랴서 냄새는 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눈깔루는 아무것도 못뵈는기라.
기니까네... 그런것들이 너그 냄새를 맡았으면 걍 정신줄 콱 놓아뿌라.-
-그게 맘대로 되나?-
-그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더라? 도대체? 그녀는 그저 바닥에 주저앉았다고 했습니다.
한참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어떤말을? 어떻게 했더라? 엄마는? 무슨말을? 그렇게 한참을 생각할 즈음.
갑자기 몸 주변에 느껴지던 한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제야 생각났다고 합니다.
-그때는... 한곳에 죽어라 집중해라.
그러다보믄 무서븐게 사라진다.
그라믄 그것들은 니를 못찾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른 냄새맡고 사라질기다.-
아... 그래 갔구나... 지인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한숨을 몰아쉬었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떳습니다.
그러자 새카만 어둠.
새카만 불꽃처럼 넘실거리는 어둠...
거기서 목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왜? 내가 간 줄 알았어?-
그리고 그녀는 정신을 놓았다고 합니다.
아직도 그녀는 무서운 것을 절대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가끔 공포를 느끼면 무의식적으로 뒤를 바라봅니다.
여전히 그것은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공포냄새를 맡고 그녀에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그녀는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몇년동안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그건 그 방법은 이러합니다.
[마라비아타비아라]를 눈으로 읽습니다.
[미아라타타비아라]를 눈으로 읽습니다.
그녀를 덮친 귀신을 머릿속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숨을 쉬는것을 의식합니다.
숨 쉬는것을 의식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숨 쉬는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자 다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에게 옮겨야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로...
누구에게 갈지는 모르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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