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그런 기분 있잖아.
계단 하나가 더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을 때.
방향 감각을 잠깐 잃어버린 듯한.
우주 비행사들이 적응하기 전까지 계속 느끼는 기분이야.
미안해 내가 좀 횡설수설하지..
근데 지금은 아무 말이라도 계속 내뱉어야겠어..
당신은 내가 임무 수행 전에 자살용 알약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었잖아.
나는 웃으면서 차라리 출입구를 여는게 빠를거라고 얘기해줬고.
어느 경우라도 우주 비행사는 그런 쪽으로는 생각 안 해.
첫번째 달 탐사 임무 전에, 어느 리포터가 대원들 중 한 명에게 물었어.
만약에 비행선이 이륙을 못해서 거기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면 어떻게 할거냐고.
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아?
"엔진을 고쳐야죠."
봤지, 우주 비행사들이 좀 웃기는 데가 있어.
캐시! 난 영화 속에 나오는 우주 정거장은 항상 웃기다고 생각했었어.
거기서 뭔가 잘못되면 경보등이 요란하게 깜빡이고 경보음도 시끄럽게 울리잖아.
그리고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긴급 상황 발생, 긴급 상황 발생."이 반복해서 들려오고.
무슨 경보등이랑 경보음이 도움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야.
아 젠장, 지상 대원들이 귀에다 대고 뭔가 잘못 됐으니 당장 탈출 캡슐로 옮겨 타라길래..
묻지도 않고 곧장 갔어.
이런 건 절대 농담을 안하거든.
캡슐은 조작이 쉽고 언제나 집으로 향하게 설정되있어.
탑승하고 버튼을 누르면 곧장 지상에 도착하지.
대기권에 진입할 때는 엄청나게 흔들리겠지만 그 이후에 낙하산이 펴지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고 했어.
근데 흔들림이 없는거야.
응답도 없고.
그런 기분 있잖아.
계단 하나가 더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을 때.
나 지금 한 시간 째 그 기분이야.
캡슐은 수직하강을 하는데 지구가 없어.
캐시 어디야?
다들 어디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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