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람소리에 깨어나고 보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다. 더듬더듬 알람을 끄고 비척비척 창문으로 향한다. 단번에 커튼을 열어젖히자, 따스한 햇볕이 느껴진다. 여전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다. 2. 눈 앞의 여자가 입가에 흐르던 피를 핥아 먹는다. 여자 손 안엔 내 딸이 몇 점인가 들려있다. 여자 뒤에 있던 아들이 지르는 소리가, 어째서인지 내 등 뒤에서 들린다. 거울에서 눈을 떼며, 아직 디저트 먹을 배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3. 미친 듯이 파고, 파고, 손톱이 벗겨지고 손 끝에서 피가 나오도록 파고, 파고, 또 판다. 내 비명 소리가 묘지 속에서 공허히 울려퍼진다. 울부짖던 내 얼굴을 타고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순간, 깨닫는다. 여태까지 반대 방향으로 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