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지금은 사라진 아주 오래 된 아파트에 살았다. 그 아파트는 1동부터 44동까지 있었으니까, 동네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늘 끊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여름방학을 잊을 수 없는데, 이유는 처음으로 미스터리한 현상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97년 여름방학, 나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은 자주 아파트 공터에서 놀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할머니들이 상추나, 깻잎 등을 심었기 때문에 우리가 구기종목과 관련 된 놀이를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선택권이 없는 우리는 주로 숨바꼭질 같은 걸 했다. 그날도 여전히 밤늦게까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나왔는데 지훈(가명)이 형만 끝까지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나오라는 의미로 노래를 불렀다.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