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썰

[공포 썰] 폐교. ssul

오링어 2021. 12. 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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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곳은 경상남도 어느 산골이라고만 해둘게.

그 곳이 얼마나 촌이냐면,

전신주가 100m마다 한개밖에 없었고,

길게 이어진 전신주를 따라 가로등 또한, 뜨문뜨문 있었던 곳이였어.

상당히 낙후된 그런 곳이였지.

그곳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았었냐고?

아니?

전혀 불편하지 않았었어.

왜냐면 내가 도시생활을 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그랬던것 같아.






그 시절엔 그것이 내 삶의 전부였고 유일한 것이라고 믿어 왔으니,

지금 생각하면 불편하고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그땐 정말 그렇게 느끼지 못했어.

아무튼 그 일을 겪고 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게 됐어.

부모님도 이사를 했고, 내 친구들도 타지로 나가 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잘됐다고 해야 할까?






고3이 끝날 무렵.

난 여느 학생들처럼 수시에 학교를 합격한 뒤, 운전면허 시험을 치루게 됐어.

그렇게 시험에 붙었지.




그렇게 한달 정도 있다가 내 생에 잊지 못할 경험을 겪게 됐어.






사실 난 교회에 다니고 있었어.

그 교회를 너무 오랫동안 다녔기에, 난 성가대의 주축이나 마찬가지 였어.

때문에 난, 내가 다니는 교회의 연말 행사를 준비해야만 했었고 그렇게 준비하게 됐지.

행사 준비가 너무 늦게 끝나면, 교회 목사님이 일일이 우리 학생들을 집에 데려다 주셨었어.

그렇게 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날이 많아졌을 무렵.

그날은 겁도없이 아버지 차를 타고, 그 교회로 향했어.

그곳에 내 친구도 있었는데,

알잖아?

처음 차를 몰 때 누구나 다 설레이고 으스대고 싶은 그런 마음 말야.

아무튼 아버지 차 키를 채서 문 밖을 나가려는 순간,

누나가 날 붙잡았어.




- 오늘은 누나랑 있자.

- 안돼, 나 축제 준비 해야 되잖아.

- 오늘 하루만 쉬면 안돼?

- 아 싫다니까.

- 가지마.

- 싫어.

- 경고했어. 가지마.




누나가 그렇게 말을 하자, 난 이상하게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어.

그리고 누나에 대한 일들이 떠올랐지.




사실 우리 가족은 엄마,아빠 그리고 큰누나, 나, 여동생.

이렇게 총 다섯이였어.

큰 누나는 나랑 내 여동생관 다르게 배 다른 형제 였는데,

그걸 알고도 난 누나랑 내가 다르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도 없었어.





그래..

내가 진짜 어렸을 적,

누나는 우리 엄마한테 매일같이 혼났던걸로 기억해.

왜냐면 그 시절 누나의 얼굴은 언제나 울고 있는 모습으로 기억 됐었으니까 말야.

사실 누나의 생모라는 사람은,

그 집안 자체가 약간 토속신앙 집단이라고 해야 할까?

그 집은 무당을 정말 많이 믿었어.

실제로 그 집 일원중엔 무당도 있었고 말야.




왜 신내림이라고들 하잖아?

누나의 생모 또한 신내림을 받았었는데, 오랫동안 그것을 거부하는 바람에,

누나의 생모의 언니가 그 신내림을 대신 받아 버렸었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던걸로 엄마한테 들었었어.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우리 누나가 사실 우리 외할아버지 돌아 가시기 전날부터 이상한 소릴 했기 때문이야.





'압구정동에 나오라는 둥'

'꽹가리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둥'





11살짜리 여자애가 그런 소리를 해댔으니 별로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겠지만,

외 할아버지가 병실에 누워 계실 때, 할아버지도 누나랑 똑같은 소리를 여러번 하셨었어.



우리 엄마가 그런 미신을 일체 믿지 않으시는 분이셔서 그런지,

누나가 어디서 이상한 소릴 줏어 들어, 그렇게 지껄이는 것이라고 굳게 믿으셨어.



그 당시 우리 엄마도 충격이 있으셨었기 때문에 엄마가 한 말에 대한 신빙성은 좀 떨어졌지만,

확실한건 엄마가 누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우리 외 할아버지를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었던것 만큼은 내가 확실히 기억해.



그 뒤로 누나는 이상한 소릴 할 적마다, 엄마한테 줄곧 혼났어.



내 기억은 여기까지지만,

그때의 충격이 심했었는지 아직까지도 누나가 소근대던 소리를 아직까지도 기억해.

압구정동에 가자..

꽹가리 소리가 너무 크다.. 라고 했던 것들을 말야.






그렇게 아버지 차 키를 붙잡고 나가려던 난,

누나의 그 차가운 말 때문에 몸이 굳어지고 말았어.

누나가 저렇게 무서운 말을 할때면 가끔씩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어쩌겠어?

축제가 코앞인데 리더인 내가 빠질 순 없잖아.


누나의 말을 애써 무시한 채 난 집을 나왔지.






그렇게 한참을 연습을 했었던것 같아.

시계는 어느덧 자정을 향하고 있었어.

난 날 데려다 준다는 목사님의 말씀에 이렇게 대답했어.






- 목사님, 저 오늘 차 가지고 왔어요. 데려다 주지 않으셔도 되요.

- 오, 그러냐. 뭣하러 차를 가지고 나왔어. 목사님이 다 태워 준다고 했는데.

- 그냥요.. 하하..





근데 그 말을 듣던 내 친구녀석이 자길 태워다 달라며 나를 졸라대기 시작했어.

난 으쓱하며, 당연히 태워다 주겠다고 말했지.




생각해보면 참 겁대가리도 없었어.

운전면허는 땄어도, 어디 한번 제대로 돌아다녀 본 적도 없는 녀석이 말야.




아무튼 난 친구와 노닥거리며, 신나는 마음으로 교회를 나섰어.

휴대폰을 보니까 베터리가 한칸도 남지 않아서, 친구 휴대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가고 있었지.




그때 기억으로 길에 안개가 참 많이 꼈었던걸로 기억해.

길가 옆으로 길게 저수지가 있었는데, 그곳은 안개가 자주 끼는 곳이였거든.

정말 대책없을 정도로 난 겁대가리 없었어..



엄청 밟았지.

안개가 뭐야.

그땐 안개엔 절대 쌍라이트를 켜면 안된다는걸 미처 몰랐을 때라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고개를 숙인채 그렇게 달렸어.



친구녀석도 제정신이 아니라,

나랑 녀석은 빅뱅노래를 들으며 그렇게 한참을 달렸던걸로 기억해.




- 여기야?

- 아니, 더 가야 돼. 저기 이정표 보이지? 저기서 왼쪽으로 꺾어. 저쪽으로 쭉 가면 우리집 나와.

- 한참도 간다. 하.. 나 길이나 제대로 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렇게 쭈욱 들어가다 보니까, 넓은 평지에 왠 건물이 세워져 있는걸 봤어.

난 친구한테 물었어.




- 저거 뭐냐?

- 아, 저거? 저거 폐교야. 옛날에 학교가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하더라고. 나도 몰라. 엄청 오래됐다는것 밖엔.




그렇게 한참을 들어가니, 친구 집이 나타났어.

난 친구를 내려다주고, 곧장 집으로 향했어.

베터리 없는 전화기가 깜빡거리며 시간이 보이는데, 그때가 벌써 12시 50분이더라고.




난 갑자기 급한 생각이 들었어.

그날 우리 엄마가 늦게까지 친구분집에 갔다 오시기로 한 날이였는데,

통상 그렇게 갔다 오시면 새벽 1시쯤 집에 들어 오셨었거든.

그럴때마다 난 내방에서 자는 척을 했었기에,

아빠 차 가지고 나간걸 아시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빠 차 가져간거 알면 혼날텐데..'




난 급하게 그곳을 빠져나오기 시작했어.

다행히 친구 집은 외길이라, 길을 찾는덴 어려움이 없었어.

곧장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 됐었으니까 말야.









그때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우리집이 옛날에 연탄을 태웠었는데,

내가 어렸을 적 혼자 방에서 자다가, 연탄 가스를 마신 적이 있었어.



왜 뉴스에 이런거 많이 나오잖아.

연탄가스에 질식해 죽었다 뭐 그런거.



그 가스에 사람이 왜 죽는지 알아?

가스를 맡으면,

아니, 가스를 인지 한 그 순간부터.

몸에 힘이 쫘악 빠지고, 머릿 속은 텅텅 비어 버려.



내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 조차도 모를 정도로.





그저 맹~ 한게 '뭐지..? 꿈인가..?' 이런 생각마저도 들어.

물론 그때는 내가 잠자다가 일어나서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가스를 맡으면 전신에 힘이 쫘악 빠지면서, 아무 생각도 못해.

사람이 무기력해진다고 해야할까?



그저 다 귀찮아..



다 귀찮아..







친구 집을 빠져 나오는 그 때,






난 어린시절 느꼈던 무기력함을 다시 한번 느끼기 시작했어.

하지만 내 몸은 전혀 문제가 없었어.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으니깐 말야.





친구네 집에서 출발하기 전,

난 아버지 차에 있던 카세트테입을 틀었어.

그리고 차를 몰고 그곳을 빠져 나왔지.




팝송이 흘러 나오는데, 그때 무심코 왼쪽을 바라보니.

아까 친구와 봤던 폐교가 눈에 들어 왔어.





근데 좀 이상했어.

친구 집에 갈땐 새카맣던 그 단층 건물이,

내가 나갈때 보니, 정말 한곳도 빠짐없이 불이 싹 켜져 있었던거야.



무서운 생각이 들 법도 한대,

그때 당시 난 그 곳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야.



마침내 그 건물을 지나치는 순간.

난 온 몸에 힘이 쫘악 하고 빠져 나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더 이상 차를 운전할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어.



웃기게도, 난 그 상황 속에서 갑자기 운전연습 할 때 강사님이 하신 말씀이 확 떠올랐어.




'기어는 항상 중립'




무기력함을 이겨내진 못했지만, 난 젖먹던 힘까지 쏟아가며 기어를 중립에 올려 놓았어.

그러자, 앞이 점점 흐릿흐릿하게 바뀌기 시작했고,

고개도 점점 밑으로 떨어져 가기 시작했어.




그때 내 귓속을 파고드는 팝송 소리와,

내가 이런 상황에 빠지기 전에 밟고 있던 악셀레이터가

서로 한대 섞여, 이상하고 시끄러운 굉음 소리를 내고 있었어.

그런 가운데 바로 내가 있었고 말야.




하지만 난 무섭지 않았었어.

아까도 말했지만, 전신이 무기력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야.

공포조차도 느낄 수 없을만큼,

마치 약을 먹은 듯이, 난 그렇게 무기력하게 그 자리에 있었어.




내 몸이 멈추고, 내가 느끼던 이상한 무기력함에 굴복하고 나서야,

난 움직이지 않는 내 몸을 감지했고, 그제서야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어.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시선은 내 발쪽으로 향해져 있었지.

난 온 힘을 다해 악셀레이터에서 발을 때려고 악을 썼는데,

때려고 하면 할수록 내 발은 오히려 악셀레이터를 꾸욱 밟고 말았어.

더불어 내 왼쪽 발도 브레이크를 꽈악 밟고 있었지.




그때 내 뒤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

누군가 뛰어노는 소리?

왜 개가 뒤에서 뛰어올때 갑자기 소름 돋듯이,

막 그런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하는거야.



단순히 뒤에서만 들리는 소리가 아니였어.

사방에서 달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난 숙이고 있는 고개를 오히려 들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고 말았어.



그것들은 결코 한두명이 아니였어.

이것이 사람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발자국 소리가 렸는데,

그런 경험을 겪은 적이 없었기에,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무서웠어.



그때 조수석에 놓여져 있던 내 휴대폰에서 휴대폰 부팅음이 들리기 시작했어.

베터리가 다 되서 전원이 나간거야.



그 소릴 듣자 난 완전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어.

등에선 땀이 뻘뻘나고, 귀밑머리부터 뒷통수까지 소름이 계속 돋았지.



근데 후다닥 뛰어오는 소리 너머로, 한명의 또렷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

그 소리는 어느샌가 내 왼쪽에 까지 다가서 있었어.

그리고 들려왔어.







- 쿵쿵쿵!







그 순간, 난 심장이 멈춰 버리는 줄 알았어.

곧바로 난 너무나도 무서워서 눈을 꾹 감아 버리고 말았지.




근데 곧 그 뭔가가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어.







- 야! 야! 너 뭐해! 야! 야!




그건 친구녀석의 목소리였어.



쓰레기를 밖에 버리려고 나왔는데,

저 멀리서 내가 타고온 차가 빨갛게 브레이크등을 켠채로 서 있어서 와봤다는 거야.



그 순간 만큼은 친구녀석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반가웠어.

정말 구사일생이 아닐 수 없었어.

난 친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굳어져 있었던 몸이 풀어져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곧 잠겨있던 차 문을 열 수 있었어.



그렇게 차는 대충 길가에 대놓고,

난 친구의 부축을 받아 그 길을 다시 올라가고 있는데,

내 오르쪽에 보이는 폐고는 아까 내가 보던것관 달리, 이번엔 모두 불이 꺼져 있었어.

어이가 없더라고.



그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친구한텐 말하지 못했었는데,

친구 집 거실에 누워, 잠시 쉬니까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면서 말을 할 수 있게 됐어.

그제서야 난, 친구한테 내가 겪은 일을 말했는데

친구는 너 좀 이상하다며 마치 날 미친놈 보듯이 처다 보더라고.




근데, 그때 친구 아버지가 거실에 나와서 내 이야기를 같이 들으시곤

그만 아연실색하고 마셨어.    







사실 그 폐교는 친구 아버지가 어렸을 적부터 그곳에 있었던 건물이였대.

아저씨는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었는데,

하도 이상한 일들이 많이 생겨서 학교 문을 닫고 말았다고 말씀해 주셨어.




그 이후로도 가끔 이상한 일들이 생기곤 했었는데,

나처럼 힘이 다 빠져서 온 사람부터,

심지어 죽은 사람도 있었다는거야.

그래서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렇게 놀라셨던 건가 봐.



옆에서 그 소릴 듣던 내 친구녀석은,

괜히 겁주지 말라며 아저씨한테 뭐라고 말했는데,

친구완 달리, 아저씨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하기만 했었어.



결국 아저씨가 자고 가라고 하셔서, 난 친구네 집에서 잠을 청했고,

잠들기 전, 난 친구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해 오늘은 친구네서 잠을 자고 간다고 엄마한테 말씀을 드렸어.  

참 웃기게도, 난 그 경험을 겪고도 혼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어.

겁이 없는건지 멍청한건지..

아무튼 그땐 그랬었어.









다음날 아침.

버스를 타고 일찍 그곳에 온 엄마는, 엄청 화를 내시면서 날 옆에 태우고 집으로 향하셨어.  

집에 도착하자, 아직은 이른 시간인데도 누나가 거실에 깨어 있었어.

누나는 날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어.






- 내가 나가지 말라고 했지?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소름이 확 끼쳤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건물이 원래는 보건소? 같은 병원이 있었던 곳이래.

아저씨가 말씀해 주셨는데,

그곳은 위령제를 지내지도 못 할 정도로 영력이 강한 곳이라, 무당들도 위령제를 꺼려한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난 그 이후로부터 그곳엔 다시 가지 못하게 됐어.










지금 와서 생각이 드는데,

그 건물이 세워진 시기가 대충 1930년인데, 1930년은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시기잖아?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바로 마루타 말야.







잊지 못 할 그날의 기억속,



어쩌면 그날 날 쫓아왔던 사람들이,



마루타의 희생자들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어.



아니면,



희생자들이 아닌.



그 반대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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