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역시 토익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교대역에서 환승을 찍고 동해선으로 갈아타러 가는 중이었는데, 몹시 피곤해서 몽롱한 상태였다.
3번 출구로 나가는 길에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리기에 올라가 보았다.
웬 일남일녀가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자가 여자 머리채를 잡자 여자가 욕을 하며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이니 경찰에 우선 신고하고 내려왔는데 여자의 외침이 점점 처절해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그새 온통 피범벅이 된 여자가 살기 위해 아스팔트 도로를 기어서 도망치고 있었다.
두려웠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뒤에서 놈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았..지..."
정신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때마침 도착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눈을 뜨니 연산역이었다.
기분 나쁜 꿈을 꿨다고 생각하며 털어버리고 다음 역까지 기다려 집에 도착했다.
그날도 토익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교대역에서 환승을 찍고 동해선으로 갈아타러 가는 중이었는데, 무빙워크 있던 중년의 남자가 나를 자꾸 뒤돌아 보았다.
오늘 하루도 숱하게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스쳐 지나갔지만 왠지 촉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기우겠지 하며 걸음을 재촉해서 개찰구로 향했다.
남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도 불길한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낯이 익은데...'
기시감이 들었지만, 학교 교수님과 닮아서 그런거겠지 하며 계속되는 불안감을 일축했다.
동해선 대합실에 닿아 남자가 저만치 앞서 가 있는 것을 본 후에야 나는 안도했다.
'전철 타는 방향도 달랐으면 좋겠는데.'
남자가 나와 멀리 떨어진 틈을 타 잠시 화장실에 숨으려 했는데, 그가 갑자기 뒤돌아서 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또각.
구둣소리가 역사 내에 일정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당황해서 그대로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변기 위에 올라가 가슴 졸이며 쪼그려 앉아있었다.
또각, 또각,또각, 또각, 또각.
곧 발소리가 들리고 불이 꺼졌다.
나는 호흡까지 참으며 나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숨이 너무 막힌 나머지 단말마의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컥.."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손이 떨린다.
숨이 멎을 것 같다.
숨죽이며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112 경찰입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내 희번득한 유리알이 문틈으로 번쩍이며 말했다.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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