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지금은 사라진 아주 오래 된 아파트에 살았다.
그 아파트는 1동부터 44동까지 있었으니까,
동네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늘 끊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여름방학을 잊을 수 없는데,
이유는 처음으로 미스터리한 현상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97년 여름방학, 나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은 자주 아파트 공터에서 놀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할머니들이 상추나, 깻잎 등을 심었기 때문에
우리가 구기종목과 관련 된 놀이를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선택권이 없는 우리는 주로 숨바꼭질 같은 걸 했다.
그날도 여전히 밤늦게까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나왔는데 지훈(가명)이 형만 끝까지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나오라는 의미로 노래를 불렀다.
“못 찾겠다. 꾀고리, 못찾겠다. 꾀꼬리”
하지만 지훈이 형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딘가 숨는다는 핑계로 집에 먼저 간 것 같아서
동네 아이들도 해산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니, 아파트 뒤쪽 할머니들의 텃밭이었다.
그곳에서 지훈이 형이 울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딘가 다쳐서 우나?'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아파트 내에 있는 과외학원을 함께 다녔는데,
지훈이 형이 그날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형은 숨바꼭질 당시,
텃밭 맞은편에 있는 울타리 위에 숨었다.
그곳에는 나무들이 매우 많고, 풀들이 우거져서 쉽게 들어가기 힘든 곳이었다.
절대 찾을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숲 속에 숨어있었다.
“뭐.. 이정도면 애들이 절대 못 찾겠지. 킥킥..”
하지만 저녁이 될수록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도 자신을 못 찾는 것 같아서 그만두고 나가려고 하는데,
반대편 상추밭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눈을 뜨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지훈이 형은 너무 섬뜩해서 더 숨어 있어야 하나, 나가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웅크리고 있던 자신을 노려보던 무언가가 스물스물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이 지훈이형에게 다가왔는데,
형이 도망을 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그 사람, 누군지 알 수 없을 만큼 온 몸이 새까맣고,
눈동자는 흰자만 있어서 너무 소름끼쳤다고 했다.
형은 당장 뛰어내려 안간 힘을 다해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에 형의 다리를 덥석 잡은 것이었다.
어찌나 강하게 잡고 흔들었는지, 놀라서 울음을 터트렸다고 했다.
때마침 우리가 울음소리에 달려왔고,
그것은 사라졌다.
예비군 훈련 때, 지훈이 형을 만났는데
그때 생각만 하면 너무 무서워서 가끔 멍해 질 때가 많다더라.
우리는 그때 지훈이 형이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며칠 뒤, 마을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옆 라인에 사는 할머니가 텃밭을 가꾸다가
온몸이 검은 사람이 기어가는 것을 봤다고 했다.
산책 중이 아줌마도 비슷한 걸 봤다고 해서 동네가 시끄러웠다.
다음 날,
텃밭을 관리하던 할머니가
밭에서 장갑 한 짝을 발견하면서 수수께끼가 풀렸다.
너무 소중한 텃밭에 어떤 미친X이 쓰레기 버렸냐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장갑을 줍는 순간,
그것이 사람의 손이었음을 직감했다...
할머니의 비명과 함께 다시 동네가 난리가 났다.
경찰이 와서 그곳의 흙을 걷어낸 순간,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했다.
거기에는...
온몸이 불에 탄 사람의 시체가 누워있었다.
당시 어려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남자의 몸에 누군가가 난도질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본인이 알기로는 아직도 범인이 안 잡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지훈이 형과 동네에 떠돌던 이야기가
그 남자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겪은 무서웠던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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